나의 창작시

꿈 속에 걸어간 길

신사/박인걸 2020. 4. 2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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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 걸어간 길

 

나는 어떤 낯선 길을 걷고 있었다.

날은 이미 저물고 밤은 점점 깊어만 갔다.

오고가던 사람들은 종적을 감추었고

도시를 빠져 나온 나는 신작로를 따가 걷다가

길은 점점 좁아져 어느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물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 냇물은 보이지 않았고

바람은 나뭇가지를 꺾으며 미친 듯 불었다.

손에 들었던 작은 등불은 바람에 꺼지고

내 손을 잡고 함께 걷던 사람은 어디론가 가버렸다.

무거운 구름이 하늘을 덮어 별은 사라졌고

어두움이 담벼락처럼 내 앞에 가로막았다.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나는 머리끝이 섰고

미궁에 빠져버린 미아(迷兒)가 된 나는

깊은 두려움에 사라진 길을 찾으며 부르짖었다.

‘거기 누구 없어요. 길을 열어주세요.’

간이 저리도록 허공을 향해 눈이 뒤집혔다.

어디선가 한 줄기 음성이 가슴을 울렸다.

‘길은 네 가슴에 있으니 가슴을 열어라.

더듬으며 한 걸음씩 디디면 길이 열리리라.’

순간 내 가슴 속에는 용암이 끓어 넘쳤고

눈에는 구름위에 별이 보였다.

발걸음을 내 딛을 때 마다 흑암을 물러섰고

꽤 오래 걸었을 때 다시 길이 열렸다.

내가 가던 길이 지워진 것이 아니었다.

사라진 희망이 길을 지운 것이었다.

절망에서 희망을 품었을 때 다시 길은 열렸고

냇물은 둑까지 찰랑이며 흘렀다.

새들은 나뭇가지에 않아 노래 불렀고

걸어가던 동쪽 끝에서 태양이 빛을 뿜었다.

눈을 떴을 때 새벽 네 시 자명종이 울고 있었다.

20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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