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은비(애완견)

신사/박인걸 2020. 3. 29. 07:34
반응형

은비(애완견)

 

             信士/박인걸

 

뒷산을 오르다 예쁜 애완견을 만난다.

길짐승은 진달래꽃이 피고 져도

만개와 낙화의 희비를 모른다.

가파른 고갯길에 혀를 빼물고 오르지만

목적지가 있어서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산새들 재잘대며 노래를 부르지만

그 소리를 듣지 않는다.

오직 한 곬으로 주인 뒤만 붙잡는다.

개를 만나면 내 가슴이 허물어진다.

나도 그림 같은 말르티와 열 네 해를 살았다.

은비는 나를 아빠라고 불렀다.

은비가 영정 안으로 들어가던 날

다시는 개의 아빠가 되지 않겠다고 했다.

떠나가던 뒷모습에서 슬픈 노랫소리가 보인다.

자유를 주었지만 자유를 싫어했고

예속 된 삶을 은비는 자유라고 느꼈다.

본성을 잃어버린 인간이 갖지 못한 보석이

낮잡아보는 미물에서 별처럼 반짝였다.

망부석 설화보다 더 갸륵함이

은비 가슴에는 불꽃의 빛깔이다.

여든 세 개의 계단을 걸어

어느덧 정상에 발길이 닿았다.

하얀 목련꽃이 은비 표정만큼 곱다.

2020.3.28

 

반응형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혹독한 계절  (0) 2020.03.31
판데믹(대재앙)  (0) 2020.03.30
어머니 이야기  (0) 2020.03.28
꽃이 핀다  (0) 2020.03.27
어떤 나그네  (0) 2020.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