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혹독한 계절

신사/박인걸 2020. 3. 3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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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계절

 

살아오면서 몇 번의 겨울을 만났다.

공전을 멈춘 지구본을 걸을 때

한 여름에도 가슴은 얼음동굴이었다.

풀리지 않는 신발 끈의 비밀은

교과서를 뒤적여도 답이 없다.

가진 것이 없는 영혼이 복이 있다고 하나

그것은 사막 수도사의 교설일 뿐이다.

빈털터리 호주(戶主)의 목구멍에는

조석으로 면도날이 넘어갔다.

아이앰에프가 다시올까봐 나는 떨고 있다.

그 해 겨울 닫힌 철문을 열 수 없었고

가시 철망을 뚫을 절단기가 없었다.

숨이 끊어지던 단말마처럼

어두운 지하실에서 일흔 밤을 부르짖었다.

쏟아지는 잠을 창밖으로 내던지고

뛰는 심장 부근에 찬물을 끼얹으며

깊은 어두움이 자유로 가는 길목을 가로막아도

나는 한 줄기 길을 찾으며 몸부림쳤다.

재앙이 화폐 위에서 일어나지는 않아도

해결의 열쇠는 그가 쥐고 있다.

혹독한 계절에 힘없이 넘어졌지만

오뚝이의 내공이 벽돌처럼 포개졌다.

지금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

또 한 번 겨울이 와도 내 손에 열쇠가 있다.

돈 보다 더 좋은 비밀번호가 있다.

20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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