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어떤 나그네

신사/박인걸 2020. 3. 2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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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그네

 

나그네 하나가 길을 걷는다.

몽유(夢遊)를 즐기며 도원(桃源)을 간다.

모퉁이 하나를 돌아서자

눈 위의 기러기 발자국은 사라졌다.

이정표 없는 도시에는 안개가 자욱하고

별이 뜨지 않는 머리는 막막하다.

청춘을 실물시장에서 팔아먹고

허무의 올가미에 걸려 발버둥 치다

간신히 다다른 언덕에는 바람이 분다.

낯선 사람에게 길을 물어

방향을 알았을 때 날이 저문다.

리플레이 버튼을 엄지가락으로 눌러

걸어온 발자국을 꼼꼼히 살핀다.

잃어버린 시간들이 발자취에 쌓이고

지저분한 기억들이 바람에 나부낀다.

리셋버튼을 발로 밟아

초기 화면으로 되돌리려 하나

잠겨놓은 누름 버튼은 열리지 않는다.

후회의 강물이 넘치는 들판에서

안경을 벗고 새 옷을 갈아입을 때

다행히 하늘에 샛별이 떴다.

한 줄기 밝은 빛을 밟으며 길을 간다.

20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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