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어느 늙은이

신사/박인걸 2020. 3. 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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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늙은이

 

시침(時針)에 매달려 태양을 돌았다.

세월의 동그라미 속에서 어지럼을 느끼며

안단테로 혹은 프레스토로

멈추지 않고 달려온 지점에 노인이 서있다.

살얼음판에서 두 귀를 곤두세우고

막대기 끝에서 발끝을 세웠다.

별을 손에 잡으려 아등바등하며

눈물골짜기를 건너와 보니 노옹이 웃는다.

거미줄처럼 얽힌 밤길에서

깨알 같은 공감각의 수수께끼를 풀며

촉각결여 증에 걸리면서 도달했는데

난청늙은이가 고목 곁에 서있다.

황영조를 내 안에 집어넣고

헉헉거리며 대관령을 넘어 온 것이

아테네의 월계관이 아니었다.

뒹구는 쭈그러진 밤송이 하나였다.

허수아비 초라한 발목이

어느 공동묘지 앞을 서성인다.

진달래 꽃 곱게 피어나는데

계절을 읽지 못하는 치매(癡呆)가 된다.

20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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