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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꽃
누군가 떠 받쳐 주거나
기댈 수도 없이
무너진 신전(神殿)기둥처럼
홀로 서서 견디면서도
바다빛깔로 온몸을 염색해
젊음보다 더 싱싱하게
잔디밭 보다 더 푸르게
들판을 점령한 잎이 둥근 식물아
텅 빈 속을 고독(孤獨)으로 채우며
거친 바람에도 눕지 않고
차가운 봄밤의 외로움을 견디며
한 송이 하얀 꽃을 피워
벌 나비 불러들여
생육(生育)과 번성의 몫을
아무런 소리 없이 얌전하게
그 내력(內力)대로 사는 꽃아
언제나 한 대궁이지만
군락(群落)을 이루어
열병(閱兵)하는 제군(諸軍)같은
아주 늠름한 군인 닮은 꽃이여!
2019.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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