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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각(摩天閣)
창호지 문을 흔들던
화풍(和風)도 발길을 끊고
무리지어 피어나는 찔레꽃 향기마저
맡아볼 수 없는 도시의
밀폐(密閉)된 공간에는
자연도 숨을 쉬지 못해 흔들리다
가엽게 쓰러진 유해(遺骸)들이
화원(花園)앞에 수북이 쌓여있다.
계절(季節)의 생기(生氣)는
어떤 외제(外制)가로수에
연줄처럼 위태롭게 걸려있고
겨우 살아남은 길옆 잡초도 떨고 있다.
아주 길게 하늘이 굳게 닫혀
한 방울의 비가 그리운
바짝 마른 도시 사람들의 가슴에는
풀 한 포기도 자라지 않는다.
네 철이 사라진 마천각(摩天閣)은
태양 빛마저 되받아 던져
담쟁이 넝쿨도 등정(登頂)을 포기해
죽은 관(棺)을 포개놓은 듯 서 있다.
2019.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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