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돌아가리라
아구스티누스의 참회록에 울고
앗시시의 프란시스가 걸어간 길을 걸으며
베데딕드 수도사의 규율을 흠모했다.
옷을 벗어 헐벗은 자들에게 주며
싸매지 못해 곪아터진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가난한 얼굴로 배고픔을 견디며
동굴에 사는 짐승처럼
엉성한 둥지에 사는 새처럼 무욕을 꿈꿨다.
눈동자에는 사랑이 가득하고
몸동작에는 부드러움이 흘러넘쳐
누구에게나 평화와 안온함을 주는
이 세상에 흔치 않은 사람을 동경했다.
하지만 그것은 산산이 부서진 관념이었다.
조석(朝夕)의 기도는 무속(巫俗)인의 주술이 되었고
느린 걸음걸이는 바리세인의 외식이었다.
경건을 가장한 얼굴 표정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의 친구였고
가슴 속에는 더러운 진흙탕물이 끓고 있었다.
어느 독제자의 권좌를 탐닉하고
웨렌 버핏의 주식이 한없이 부러웠다.
지그지글러의 성공서적에 몰두하며
카네기의 처세술을 탐독했다.
아! 나는 어찌된 존재이었던가.
나 돌아가리라 더 늦기 전에 돌아가리라.
해와 달과 별들이 사라지기 전에
어두운 밤이 다기오기 전에 돌아가리라.
첫 사랑을 꿈꾸었던 꾸밈없는 마음으로
헛되이 보낸 긴 세월을 후회하며
모래로 쌓아 올린 성을 발로 걷어차며
내 안에 외눈박이 폴리페모스를 결박하고
아키타로 돌아간 오디세이아처럼
본래의 나있던 곳으로 돌아가리라.
달맞이꽃 가득 핀 초원으로 나 돌아가리라.
2018.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