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바다(대포항에서) 고단한 세월에 주름진 건어포가전쟁 포로처럼 엮인 채로건어물 가게에 매달려계절을 잊은 채 팔려가는 슬픔을 노래한다.비린내 진동하는 부둣가이마에 골 깊은 어부들이엉킨 그물을 바닷물에 씻을 때물결에 씻겨 내려가는 먼 기억들소금기 묻은 손톱 끝에 남은 시간이 흐른다.좌판에 앉은 여인들의바닷 바람에 그을린 얼굴에서세월의 흔적이 물결처럼 흩어지며그들의 눈빛은 아직도 바다를 품고 있다.으르렁대던 파도 소리를 감춘봄 햇살에 빛나는 동해 바다는어둠 속에 잠든 고요함과 봄볕에 반짝이는 고백이 서로 교차한다.출항을 앞둔 배마다찢긴 깃발이 바람에 나부낄 때겨울과 봄의 경계선에서어부들의 얼굴에 스며든 봄을 읽는다.2025,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