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 길 겨울 산 길 잡목이 우거진 숲에는 들쥐도 종적을 감추었고 생명체의 숨소리는 귀를 곤두세워도 들리지 않는다. 옷을 홀랑 벗겨 버린 채 극형을 당하는 죄수처럼 나무들의 처절한 울음만이 찬바람 따라 하늘로 퍼진다. 사나운 총잡이들이 마을을 온통 파괴해 버린 폐허가 된 서부극의 공.. 나의 창작시 2018.01.27
한파 한파 차갑다 못해 꽁꽁 얼어붙어 끓는 물을 들어부어도 녹지 않을 빙석이 된 너의 가슴위로 단단한 고드름이 매달렸다. 빈틈없이 얼어붙어 대화나 폭력으로 풀 수 없는 남극의 얼음덩어리를 대함 같아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며칠 전만 해도 남태평양의 따스한 온기처럼 나를 대했던 너의.. 나의 창작시 2018.01.26
변두리 마을 변두리 마을 진눈깨비가 오락가락하는 다세대 주택이 즐비한 골목길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어깨를 움츠리고 걸어간다. 거센 파도에 부유물 밀리듯 떠돌다 눌러앉은 나그네들이 울타리에 갇힌 양떼처럼 탈출구를 찾아 허우적거린다. 미끄러운 강을 건너올 때 꿈마저 단단히 얼어붙.. 카테고리 없음 2018.01.22
발지국 발자국 첫 발자국을 찍을 때 환호가 초가집 문틈으로 새나간 후 지금껏 끈질기게 발자국을 찍는다. 설레던 때의 발자국보다 후회스런 발자국들이 화석처럼 기억 속에 박혀있다. 지우고 싶은 발자국이 누락된 세금처럼 튀어나올 때면 아버지의 가르침을 외면하고 나부대던 때를 뉘우친다.. 나의 창작시 2018.01.20
병든 태양 병든 태양 서울 동쪽 하늘위로 아침 태양이 치솟으면 어두움은 순간 산 너머로 물러선다. 빌딩 유리벽마다 크고 작은 태양이 뜨고 도시는 순간 대명천지가 된다. 그 많은 태양아래 침울하고 무거운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니 마음은 거꾸로 박힌다. 어두움은 몰아냈으나 밤의 세.. 나의 창작시 2018.01.20
하얀 눈 하얀 눈 애틋하게 사모하는 그대 계신 곳 가는 길에 하얀 눈이 긴 카펫 놓아주시고 순결한 내 마음 미리 아시어 아무도 걷지 않은 첫 길을 열어 주시네. 지나온 길 혹여 누가 뒤 따라 올까봐 발자국마다 곱게 지워주시네 바람마저 숨죽이고 새들도 저 멀리 비켜 앉아서 혹여나 넘어질까 애.. 나의 창작시 2018.01.18
사랑 병 사랑 병 사귄 적도 없고 고백한 일도 없는데 가슴은 설레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해는 그대의 얼굴 별은 맑은 그의 눈동자 초승달은 그의 손톱 밤은 그의 머리카락이다. 진달래꽃 분홍웃음 노란 산수유 미소 목련 꽃 그대의 살결 나는 사랑에 미쳤다. 갈대숲에 푸른 숨결 빗줄기에 맑은 눈.. 나의 창작시 2018.01.18
그 길 그 길 소나무 가지에 눈이 쌓이고 앉은 눈을 자작나무가지가 털어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길을 계속 걸었다. 징검다리 위에 흰 눈이 고깔을 씌우고 한 대 남은 시골 쓰리쿼터를 종일 내린 눈이 묶어둘 때도 나는 그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었다. 산 까치들 숲으로 숨고 삭정을 파던 딱따.. 나의 창작시 2018.01.17
눈 길(아버지 시대를 생각하며) 눈 길 끝없는 버덩 길을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어떤 나그네는 온 종일 외롭게 걷고 또 걸었다. 눈 녹은 물이 목덜미를 타고내릴 때면 습기 밴 낡은 옷에서 고달픈 냄새가 올라온다. 차가운 눈보라는 가슴까지 파고들어 피죽으로 요기한 창자를 꽁꽁 얼어붙게 한다. 발걸음은 천근이고 어깨.. 나의 창작시 2018.01.16
눈 내리는 날 눈 내리는 날 소년의 맑은 눈이 사랑에 첫 눈을 떴을 때 눈 내리는 시골길을 걷던 그녀의 모습에 며칠 밤을 뒤척였다. 가슴은 불처럼 타오르고 눈 감으면 아른거리고 심한 독감에 감염 된 듯 며칠을 끙끙 앓아야 했다. 그리웁던 그녀를 어쩌다 만나는 날이면 발걸음은 허공을 걷지만 막상 고백할 용기는 없었다. 첫사랑 그녀는 지금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려나 나 혼자 한 사랑이지만 고이 간직한 추억이 싫지 않다. 2018.1.15 나의 창작시 2018.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