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그 길

신사/박인걸 2018. 1. 1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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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소나무 가지에 눈이 쌓이고
앉은 눈을 자작나무가지가 털어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길을 계속 걸었다.

징검다리 위에 흰 눈이 고깔을 씌우고
한 대 남은 시골 쓰리쿼터를
종일 내린 눈이 묶어둘 때도
나는 그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었다.

산 까치들 숲으로 숨고
삭정을 파던 딱따구리들
뚫어놓은 구멍 깊숙이 숨어도
침묵에 쌓인 그 길을 나는 걸었다.

눈 위에 남긴 내 발자국만
굽이굽이 거친 길을 따라올 때
외로움에 눈물이 핑 돌아도
쉬지 않고 나는 그 길을 걷고 있다.

그 길 끝에서 기다리는 이가
오래 전부터 오라한 그가
아직도 그곳에 있다고 나는 믿기에
아직 끝나지 않은 험한 길을 걷고 있다.
2018.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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