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아포리아 (Aporia)

신사/박인걸 2024. 12. 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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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포리아 (Aporia)
  •  
  • 길이 없다. 캄캄하다.
  • 있는 길조차 잃어버린 자들의 행렬을 보라.
  •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으며 서로를 향해 외친다.
  • 너는 틀렸다! 너는 잘못되었다!
  • 어둠 속에서 빛을 쫓던 눈빛이
  • 빛을 삼키는 어둠이 되어버린다.
  •  
  • 누구도 어둠이라 하지 못한 이 빛
  • 그 빛은 차가운 분열의 칼끝이 된다.
  • 환호와 절망은 같은 언어로 속삭인다.
  • 우리가 승리하면 모두가 행복하리라.
  • 그러나 승리의 날은 결코 오지 않는다.
  • 모두가 진영 논리에 깊이 빠져
  • 상대방의 소리를 밀어낸다.
  •  
  • 서로의 벽을 강하게 두드리지만
  • 결국, 모순 속의 침묵으로 스며든다.
  • 진실은 한쪽의 것이 아니다.
  • 진실을 소유하려는 자는
  • 오히려 거짓을 더 사랑한다.
  • 아포리아 속에 우리는 서 있다.
  • 풀리지 않는 매듭을 붙잡은 채로
  • 언제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 언제나 다른 대답에 분노한다.
  •  
  • 길은 보이지 않는다.
  • 길이 없을지라도
  • 어딘가로 나아가는 출구를 열어야 한다.
  • 우리의 발자국이 증오가 아닌
  • 용서의 씨앗이 되어야한다.
  • 우리의 침묵이 절망이 아닌
  • 희망의 숨결이 되어야 한다.
  • 20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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