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고독의 깊이

신사/박인걸 2024. 8. 5. 20:20
  • 고독의 깊이
  •  
  • 고령(高齡)의 나무가 버티는 숲은 두렵다.
  • 노인은 잎이 저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 삶의 고독이 깊어짐을 느낀다.
  • 서리 내린 길가에 남은 흔적들
  • 그 속엔 내 삶의 편린들이 널려있다.
  • 도시는 익명의 고립이
  • 장막처럼 눈앞을 가리우고
  • 그토록 가까웠던 얼굴들이 하나둘
  • 먼 별처럼 희미해진다.
  • 일감이 떠난 노령의 빈곤은
  • 바람에 날리는 낡은 신문지처럼
  • 한없이 가벼워지고
  • 깊어지는 주름살 노인의 연민은
  • 젊은 날의 희망을 삼킨다.
  • 시간의 무상함 속에서
  • 과거의 고운 추억은 시들어가고,
  • 각가지 질병은 마음의 노래를 뺏어간다.
  • 점점 늘어나는 약봉지를 열 때마다
  • 한 줌의 시간은 손끝에서 흘러내리고
  • 요양원으로 떠난 사람과
  • 요단강을 건넌 사람들의 이름이
  • 잔잔한 물결처럼 퍼져갈 때
  • 나는 그 물결 속에 깊이 잠긴다.
  • 고독의 깊이는 끝없는 바다와 같아서
  • 그 속에 던져진 나는 혼자가 아니다.
  • 나와 같은 노인의 이야기가
  • 별빛처럼 반짝이는 밤
  • 고독은 결국 누구나 타고난 운명임을 깨닫는다.
  • 202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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