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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의 깊이
- 고령(高齡)의 나무가 버티는 숲은 두렵다.
- 노인은 잎이 저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 삶의 고독이 깊어짐을 느낀다.
- 서리 내린 길가에 남은 흔적들
- 그 속엔 내 삶의 편린들이 널려있다.
- 도시는 익명의 고립이
- 장막처럼 눈앞을 가리우고
- 그토록 가까웠던 얼굴들이 하나둘
- 먼 별처럼 희미해진다.
- 일감이 떠난 노령의 빈곤은
- 바람에 날리는 낡은 신문지처럼
- 한없이 가벼워지고
- 깊어지는 주름살 노인의 연민은
- 젊은 날의 희망을 삼킨다.
- 시간의 무상함 속에서
- 과거의 고운 추억은 시들어가고,
- 각가지 질병은 마음의 노래를 뺏어간다.
- 점점 늘어나는 약봉지를 열 때마다
- 한 줌의 시간은 손끝에서 흘러내리고
- 요양원으로 떠난 사람과
- 요단강을 건넌 사람들의 이름이
- 잔잔한 물결처럼 퍼져갈 때
- 나는 그 물결 속에 깊이 잠긴다.
- 고독의 깊이는 끝없는 바다와 같아서
- 그 속에 던져진 나는 혼자가 아니다.
- 나와 같은 노인의 이야기가
- 별빛처럼 반짝이는 밤
- 고독은 결국 누구나 타고난 운명임을 깨닫는다.
- 202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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