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나의 달

신사/박인걸 2022. 9. 11. 22:39
  • 나의 달
  •  
  • 100년 만에 슈퍼 문이 떴지만
  • 힌남노가 뿌려놓은 구름에 가려
  • 성에 낀 거울 속의 얼굴처럼 보인다
  • 샘골에서 처음 만난 추석 달은
  • 온종일 나를 따라 다녔고
  • 셋 터 수양버들 가지에 걸렸던 달은
  • 그리워했던 소녀의 얼굴이었다.
  • 줄곧 산으로만 걸어야 했던
  • 포사 고갯마루에서 길을 잃고 방황할 때
  • 나는 오로지 하늘에 뜬 달에 희망을 걸었다.
  • 까마득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보름달이
  • 문득 앞서가는 방향을 따라
  • 상도동 한 칸짜리 셋방에 누웠을 때
  • 서글픈 얼굴로 창가에 달은 서 있었다.
  • 노량진 셋방, 봉천동 셋방
  • 대성약국 다락방에서 세를 살 때
  • 초라한 나의 모습에도 달은 웃어주었다.
  • 은하수 따라갔던 인천 남동구 구월동은
  • 내 생애에 바빌론 유수였고
  • 단 한 번도 보름달을 쳐다볼 수 없었다.
  • 고레스의 칙령도 없이 일어서서
  • 고리울 하늘에 작은 십자가를 걸었다.
  • 서른다섯 해 내 인생의 절반을 말뚝에 묶고
  • 밤길을 걸을 때면 달빛은 출렁거렸다.
  • 나는 다시 심원동에 둥지를 틀고
  • 늙은 이마를 쓰다듬는다.
  • 연식(年式)이 오래된 심장이 자주 고장이 나도
  • 나의 창문에 달빛은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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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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