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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달
- 100년 만에 슈퍼 문이 떴지만
- 힌남노가 뿌려놓은 구름에 가려
- 성에 낀 거울 속의 얼굴처럼 보인다
- 샘골에서 처음 만난 추석 달은
- 온종일 나를 따라 다녔고
- 셋 터 수양버들 가지에 걸렸던 달은
- 그리워했던 소녀의 얼굴이었다.
- 줄곧 산으로만 걸어야 했던
- 포사 고갯마루에서 길을 잃고 방황할 때
- 나는 오로지 하늘에 뜬 달에 희망을 걸었다.
- 까마득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보름달이
- 문득 앞서가는 방향을 따라
- 상도동 한 칸짜리 셋방에 누웠을 때
- 서글픈 얼굴로 창가에 달은 서 있었다.
- 노량진 셋방, 봉천동 셋방
- 대성약국 다락방에서 세를 살 때
- 초라한 나의 모습에도 달은 웃어주었다.
- 은하수 따라갔던 인천 남동구 구월동은
- 내 생애에 바빌론 유수였고
- 단 한 번도 보름달을 쳐다볼 수 없었다.
- 고레스의 칙령도 없이 일어서서
- 고리울 하늘에 작은 십자가를 걸었다.
- 서른다섯 해 내 인생의 절반을 말뚝에 묶고
- 밤길을 걸을 때면 달빛은 출렁거렸다.
- 나는 다시 심원동에 둥지를 틀고
- 늙은 이마를 쓰다듬는다.
- 연식(年式)이 오래된 심장이 자주 고장이 나도
- 나의 창문에 달빛은 따스하다.
- 2022.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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