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비오던 날

신사/박인걸 2021. 5. 1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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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던 날

 

봄과 여름의 경계선을 밟으며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흠뻑 젖은 나무들은 싱그럽지만

빗물을 밟으며 걷는 나는 우울하다.

어디 아픈 것도 아니고

가진 것들을 잃어버린 것도 아닌데

비오는 날의 무거운 아픔은

빗물의 수위처럼 쌓여 오른다.

삶의 연식(年式)이 깊어갈수록

내게서 떠나버리는 것들이 점점 많아

실망과 두려움은 심장을 흔들고

비애(悲哀)의 멍울은 가슴에 맺힌다.

재화, 친구, 기회, 건강, 일이 떠나고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도

언젠가는 그렇게 떠나갈 것이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우산에 내 몸을 깊이 파묻고

허무함을 되뇌며 골목길을 걷게 된다.

엊그제 백신 맞고 훌쩍 떠나버린

그 사람이 슬퍼서 비가내리는 걸까.

때로 얼룩진 바짓가랑이를 끌며

내 발걸음은 어디론가 가고 있다.

오늘 내리는 비는 분명 어떤 사연이 있다.

202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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