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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힘
즐비한 가로수들이
전기톱에 참수를 당한채로
검은 허공을 떠받치며
전봇대처럼 서 있다.
몹쓸 병에 걸렸거나
극악한 죄를 지은 일도 없는데
전깃줄 밑에 서 있다는 죄로
하나같이 목이 잘렸다.
햇볕은 나뭇잎 위에서 놀고
바람은 이팝 꽃잎을 쓰다듬을 때
서 있는 나무통은
모든 꿈을 접은 줄만 알았다.
봄비 온종일 쏟아지던 날
굵직한 새순들이 버섯처럼 돋아났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있는 힘을 다해 순을 밀어 올리는
장엄하고 힘찬 함성이
들을 귀 있는 자에게만 들린다.
잔인하게 잘려버린 빈 장대 마디에
펄럭이는 생명을 촘촘히 매달아
원형을 재건하는 봄의 힘에 감탄한다.
나도 나무처럼 참수를 당하고 싶다.
202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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