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풀에 대한 생각

신사/박인걸 2021. 5. 13. 19:09
  • 풀에 대한 생각
  •  
  • 한 해를 지내고 죽는 풀이
  • 무슨 낙을 보겠다고 앞 다투어 올라와
  • 경쟁하며 너풀대더니
  • 된 바람 부는 날 일제히 스러졌다.
  •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고
  • 누운 채로 고개만 쳐들고
  • 서러워 흐느껴 울지만
  • 새 아침이 오면 다시 일어선다.
  • 동풍이 불어치거나
  • 회오리바람이 풀밭을 작살 낸다 해도
  • 바람보다 먼저 눕거나
  • 스스로 부러지지는 않는다.
  • 제아무리 연약한 새순이라 해도
  • 이를 악물고 흔들리며 버티다
  • 완강한 저항에 한계를 느낄 때면
  • 처연(悽然)한 빛깔로 허물어진다.
  • 풀이 눕는다고 숲이 사라지랴
  • 눕는 풀은 눕더라도
  • 일어선 풀은 숲을 채운다.
  • 바람이 불어도 매일 불지 않으며
  • 벌레가 갉아먹어도 풀을 없애진 못한다.
  • 더러 쏟아지는 우박에도
  • 풀이 숲에서 사라지지는 않는다.
  • 지금도 풀잎은 흔들리며 자라고 있다.
  • 풀의 뿌리는 잎을 그냥두지 않아서다.
  • 2021.5.13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오던 날  (0) 2021.05.15
남해(南海)에서  (0) 2021.05.14
감자 꽃 생각  (0) 2021.05.12
황사(黃砂  (0) 2021.05.09
진노(震怒)  (0) 2021.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