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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에 대한 생각
- 한 해를 지내고 죽는 풀이
- 무슨 낙을 보겠다고 앞 다투어 올라와
- 경쟁하며 너풀대더니
- 된 바람 부는 날 일제히 스러졌다.
-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고
- 누운 채로 고개만 쳐들고
- 서러워 흐느껴 울지만
- 새 아침이 오면 다시 일어선다.
- 동풍이 불어치거나
- 회오리바람이 풀밭을 작살 낸다 해도
- 바람보다 먼저 눕거나
- 스스로 부러지지는 않는다.
- 제아무리 연약한 새순이라 해도
- 이를 악물고 흔들리며 버티다
- 완강한 저항에 한계를 느낄 때면
- 처연(悽然)한 빛깔로 허물어진다.
- 풀이 눕는다고 숲이 사라지랴
- 눕는 풀은 눕더라도
- 일어선 풀은 숲을 채운다.
- 바람이 불어도 매일 불지 않으며
- 벌레가 갉아먹어도 풀을 없애진 못한다.
- 더러 쏟아지는 우박에도
- 풀이 숲에서 사라지지는 않는다.
- 지금도 풀잎은 흔들리며 자라고 있다.
- 풀의 뿌리는 잎을 그냥두지 않아서다.
- 202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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