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남해(南海)에서

신사/박인걸 2021. 5. 14. 18:24

남해(南海)에서

 

간혹 찾아오는 남해는

에덴의 한 귀퉁이를 밟는 기분이다.

잔잔한 수면위로 고기잡이배가 미끄러지고

병풍처럼 두른 작은 섬들은

도시에 찌든 내 마음을 아늑한 침대에 뉘운다.

매일 벼랑을 타고 오르며

머리끝이 곤두서는 두려움에 떨고

다리를 오그린 채 꿈길을 헤매다

길을 잃은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마주치기 싫은 눈동자들을 피해

어디론가 무작정 길을 떠나고 싶어도

짊어진 짐이 산더미 같아 가슴만 까맣게 탔다.

매일 가로등 불빛을 밟으며

굳어버린 아스팔트를 걷노라면

찰랑대는 바닷물에 가슴을 헹구며

작은 배에 영혼을 실어 보내고 싶었다.

모든 일상의 스위치를 내리고

남해(南海)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낯익은 남해 바닷가에 섰을 때

겹겹이 쌓여 녹슨 시름들이

일거에 바다 속으로 곤두박질친다.

갈매기들의 날개 짓도 황홀하기만 하다.

202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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