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오월의 숲

신사/박인걸 2021. 5. 19. 16:06

오월의 숲

 

나무 그림자들이 꼿꼿이 서는

한낮의 숲은 바람도 잠들고

비탈을 덮은 이파리들은

따가운 햇살을 빨대처럼 빨아들인다.

꽃 진 자리마다 특유의 혹을 달고

숨 쉴 때마다 넝쿨들 향기를 토한다.

우거진 숲을 헤집으며

허름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숲이 내뱉는 기(氣)가 내 정수리를 뚫는다.

촘촘히 매달린 나무 잎들은

악착같은 몸짓으로 해충을 쫒지만

방어에 실패한 잎들은

맥없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그토록 푸르른 오월의 숲이

이토록 치열할 줄 미처 몰랐다.

구멍이 숭숭 뚫린 이파리에서

고달팠던 내 삶의 흔적들이 보인다.

희망을 끈을 놓치지 않으려

귀를 곤두세우고 아등바등 하던

그 시절의 추억이 아련하다.

하지만 오월의 숲은 하늘로 일어선다.

생명의 빛깔을 마구 쏟아내며

거침없이 시간을 뛰어넘는다.

그래서 나는 오월이면 숲에서 산다.

202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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