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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꽃
겨우 내내 노란 산수유를 생각했다.
이른 봄 밭둑이나 오솔길에
한 그루 외롭게 혹은 무리지어
온통 샛노란 꽃을 안개처럼 피워 올리며
막연한 그리움을 아지랑이처럼 아롱거리게 하는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꽃이여!
내가 첫 사랑에 눈을 떴을 때
샛노란 스웨터를 입고 미소 짓던 소녀에게
내 마음은 솜사탕처럼 녹아내렸고
첫 몽정으로 홍당무우가 된 내 얼굴로
차마 소녀를 쳐다볼 수 없었다.
그날 이후 나는 밤마다 가슴이 흔들렸고
눈감아도 떠오르는 소녀의 얼굴에
홍역 앓던 날처럼 내 가슴은 출렁거렸다.
연이어 진달래 붉게 피어나고
살구꽃 허옇게 만개할 때면
세상은 온통 이상향 속에 깊이 갇혔다.
그럴수록 나는 소녀가 그리웠지만
수줍어 감히 다가서지는 못한 채
그 소녀는 먼 도시로 떠났다.
산수유만 피면 여전히 그때가 그립고
올해도 산수유는 늙은 가슴을 마구 흔든다.
202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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