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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기도
꽃샘추위를 못 견딘
일찍 핀 매화 꽃 잎이 나뒹굴 때
차마 그 꽃에 손을 댈 수 없어
나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그토록 기나긴 겨울을
나목으로 눈비 맞으며 견딘 것은
꽃송이에 고운 꿈을 매달아
알알이 영그는 일이었는데
꽃잎이 미처 펴지기도 전에 만난
만만치 않은 훼방꾼에 맞아
갈가리 찢어진 꽃잎의 아픔을
어찌 위로해야 할지 난감하다.
코로나 19에 실직한
어느 가장의 풀죽은 얼굴이
피다 진 꽃잎과 오버랩 될 때
가엾은 마음에 눈물이 핑 돈다.
조물주는 어쩌자고 강적을 두어
분전역투할 겨를도 없이
스러지게 하였을까.
떨어진 꽃은 그렇더라도
살아남은 꽃만은 꿈을 이루게 하소서.
202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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