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배반(背叛)

신사/박인걸 2020. 12. 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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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背叛)

 

핍절한 여망을 배반당하거나

시언(矢言)을 저버리고 돌아섰다면

나는 차라리 용서 할 수 있다.

의리와 믿음을 뒷발질 하고 돌아서며

험담과 비난을 퍼부으며 등을 돌려도

나는 얼마든지 덮어줄 수 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번에 일곱을 승(乘)하더라도

벌하지 말라는 경구(經句)를 기억한다.

십자가에 달린 새파란 청년이

생목숨을 도려내는 잔인한 자들을 향해

신(神)의 용서를 구하고 절명할 때

나는 용서의 깊이를 무겁게 받아드렸다.

하지만 나는 가룟의 그 후예를 용서할 수 없다.

은인을 하극상하면서도 입 꼬리를 귀에 걸고

윗 눈꺼풀을 발등까지 내리 깔며

뒷목에 꼿꼿한 대쪽을 일으켜 세운 채

침을 뱉고 돌아서는 배반자를

섹스피어는 지옥의 아랫목에 앉히더라.

나는 너에게 할 말이 없다.

심은 대로 거두는 원리를 기억하라.

아겔다마의 피밭이 네 무덤이 되리라.

20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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