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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르기
바다뱀자리 사라진 하늘에는
큰 개 작은 개 오리온이 빛난다.
바람도 삶이 무거워 속도를 늦추고
치열하던 숲은 제정신을 찾는다.
십이월 한 해 끝자락을 밟으며
나 홀로 사색의 우물을 팔 때
국방의무를 끝낸 병장 같은 뿌듯함이
내 발자국을 따라온다.
경매시장의 팽팽한 긴장감과
파벌 간 눈치 보기 같은 현장에서
빠직거리는 진땀을 흘리며
심신이 지치게 살아 온 한 해였다.
따라오는 어떤 새에게 쫓기다
거미줄에 걸린 불쌍한 잠자리처럼
푸득댈 때마다 옭아 매이는
가련한 시간들이 아니었던가.
이제 견디기 힘든 늠렬한 시간 속으로
어쩔 수 없이 걸어 들어가야 하지만
일시적 고요의 분깃 점에 걸터앉아
숨을 고를 수 있어 행복하다.
20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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