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숨고르기

신사/박인걸 2020. 12. 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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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르기

 

바다뱀자리 사라진 하늘에는

큰 개 작은 개 오리온이 빛난다.

바람도 삶이 무거워 속도를 늦추고

치열하던 숲은 제정신을 찾는다.

십이월 한 해 끝자락을 밟으며

나 홀로 사색의 우물을 팔 때

국방의무를 끝낸 병장 같은 뿌듯함이

내 발자국을 따라온다.

경매시장의 팽팽한 긴장감과

파벌 간 눈치 보기 같은 현장에서

빠직거리는 진땀을 흘리며

심신이 지치게 살아 온 한 해였다.

따라오는 어떤 새에게 쫓기다

거미줄에 걸린 불쌍한 잠자리처럼

푸득댈 때마다 옭아 매이는

가련한 시간들이 아니었던가.

이제 견디기 힘든 늠렬한 시간 속으로

어쩔 수 없이 걸어 들어가야 하지만

일시적 고요의 분깃 점에 걸터앉아

숨을 고를 수 있어 행복하다.

20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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