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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시간이 휘황(輝煌)했던 잎들을 긁어모아
나무밑동에 골고루 분배하듯
나는 짐을 내려놓은 나귀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12월을 맞는다.
지저분한 거리를 헤집으며
보물찾기 하듯 샅샅이 뒤졌지만
손에 쥐어지는 것 하나 없는 실망감에
자주 날밤을 세우며 괴로워했다.
새순처럼 꿈을 밀어 올리며
토란잎처럼 희망의 영역을 넓혔지만
코로나 19재앙에 갇혀
뛰어 넘을 수 없는 한계를 실감했다.
돌림병보다 더 무서운 괴질은
스스로에게 증여하는 절망감이며
포수의 기만전술에 속아 넘어간
어리석은 한 마리 사슴이었다.
가을 이파리들이 일제히 지던 날
미련하나 없이 사라지는 뒷모습에서
가벼워지는 삶의 진리를
구원 얻는 교리(敎理)처럼 터득했다.
일제히 일어선 나목들이
신체검사를 받는 예비 장병 같다.
12월에는 속옷까지 벗어버리고
아무 탈 없이 새해로 건너가고 싶다.
20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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