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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에 대한 단상
- 시작과 함께 탈출할 수 없는
- 족 쇠에 묶인 노예가 되어
- 오로지 위로 뻗어야만 살아남는
- 가혹한 숙명의 나무라는 이름이여!
- 여러 해를 그 자리에 서서
- 잎을 피우고 지우고 또 피우지만
- 나이테가 늘어갈수록
- 삶의 무게에 점점 억눌리고
-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길 없어
- 때로는 몸 일부를 내주어야 했다.
-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하며
-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모른다.
- 숨 쉬는 유기체의 생존본능일 뿐
- 의미나 이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 어느 날 전기톱에 쓰러진대 해도
- 비명 없이 사라지는 파리 목숨이다.
- 목재가 되거나 관상목이 되리라는
- 꿈과 비전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 아름드리 거목은 운이 좋았을 뿐이고
- 곧게 뻗은 수직 목은 품종의 차이일 뿐이다.
- 인간과 나무는 이성과 본능의 차이며
- 진위와 선악의 존재유무일 뿐이다.
- 산다는 것은 거기나 여기나 같다.
- 나는 솔직히 이성 없는 나무가 더 부럽다.
- 한 겨울에 떨더라도
- 도끼날에 베여 쓰러지더라도
- 고통 없이 살다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 생노병사(生老病死)의 고민 없이
- 홀가분하게 떠나는 나무가 되고 싶다.
- 202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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