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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비
스러진 마른 잎 위로 비가 뿌리면
숨이 붙어있는 낙엽들이 흐느낍니다.
서리 맞아 헐떡대던 용담초 꽃이
창백한 얼굴로 스러집니다.
붉게 타오르던 단풍은 자취를 감추고
쏟아내던 산열매들도 사라졌습니다.
외로운 기러기도 울며 떠났고
가을비에 남은 잎들 서럽습니다.
노목(老木)이 쏟아내는 낙엽을 보며
어떤 허무가 가랑잎처럼 뒹굴고
마지막 잎사귀 곤두박질 칠 때
이별 아픔이 내 영혼을 울립니다.
빗물은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헤어지는 아쉬움에 서성입니다.
몇 번을 뒤돌아 봐도 떠나야 하는
가련한 발걸음 되돌릴 길 없습니다.
매정하게 흘러가는 세월 앞에는
순수도 순진함도 빛이 바래고
점점 차가워지는 늦가을 비처럼
뜨겁던 가슴도 싸늘하게 식어갑니다.
하지만 아직도 접지 못한 작은 미련이
내 명치끝에 대롱대롱 매달립니다.
늦가을 밤비가 천둥 번개를 몰고 와
침실 창문을 두드립니다.
202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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