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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공활한 하늘이 창연(蒼然)하다
구름까지 밀어내고
비움의 충만함이 넘실댄다.
참회한 마음보다 더 맑으니
신(神)이 거닐어도 부끄럽지 않겠다.
마음 구석에 눌어붙은
해결하지 못한 숙죄(宿罪)까지
가을 하늘에 깊이 헹구면
한 점 부끄럽지 않아 고개를 들겠다.
바람마저 숲에서 잠들고
태양은 가을빛 눈부시게 퍼부으니
때마침 활짝 핀 수레국화가
보기 드물게 청람(淸覽)하다.
발걸음 뜸한 호숫가에는
물새 몇 마리 한가롭기만 하고
호수 속에 흐르는 또 하나의 하늘은
내 영혼을 호수로 잡아당긴다.
202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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