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가을 하늘

신사/박인걸 2020. 10. 1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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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공활한 하늘이 창연(蒼然)하다

구름까지 밀어내고

비움의 충만함이 넘실댄다.

참회한 마음보다 더 맑으니

신(神)이 거닐어도 부끄럽지 않겠다.

마음 구석에 눌어붙은

해결하지 못한 숙죄(宿罪)까지

가을 하늘에 깊이 헹구면

한 점 부끄럽지 않아 고개를 들겠다.

바람마저 숲에서 잠들고

태양은 가을빛 눈부시게 퍼부으니

때마침 활짝 핀 수레국화가

보기 드물게 청람(淸覽)하다.

발걸음 뜸한 호숫가에는

물새 몇 마리 한가롭기만 하고

호수 속에 흐르는 또 하나의 하늘은

내 영혼을 호수로 잡아당긴다.

202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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