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코스모스 꽃

신사/박인걸 2020. 10. 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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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꽃

 

가을 이맘때면 도방(道傍)이 자기들 땅이다.

내 어릴 적 빨강, 분홍, 흰색 꽃이

영혼의 심방(心房)까지 염색되었더니

불명(不明)의 오렌지 코스모스도 가슴을 파고든다.

다른 꽃 다 질 적에 누구를 위해

찬바람 맞으며 한로(寒露)에도 피는가.

산자락 마다 단풍 곱게 물드는데

이토록 뒤늦게 어쩌자고 피는지

시골길을 가다 발걸음 멈추고 묻는다.

기러기 떼 고향 길 찾아 떠나고

귀뚜라미 여치도 겨울 온다고 가버렸는데

된 서리 올 줄 뻔히 알면서

뒤늦게 한들거리며 해죽해죽 웃는가.

아직도 이렇게 서성이는 건

타향살이 고달파 애끓는 그리움

고향철새라도 지나가면 물어 보려고

야위고 야윈 몸 긴 목 빼들고

꽃은 지고 검불이 되더라도 거기서 있겠단다.

20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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