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가을 바다

신사/박인걸 2020. 10. 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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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다

 

가을에는 산(山)만 익지 않는다.

바다도 아주 곱게 익고 있다.

통통하게 살찐 갈매기 떼

모래톱에 앉아 날 생각을 접고

연실 밀려오는 작은 파도는

그리움 모두 잊어버리고

해변을 거니는 어떤 연인들처럼

깊은 몽유(夢遊)를 즐긴다.

산처럼 일어서서 길길이 날뛰며

온갖 노여움을 해변에 게워내던 여름

역겨움과 더러움에 피했는데

가을날 읍양(揖讓)한 태도에 내가 놀란다.

저 멀리 작은 섬들 조용히 눕고

저문 하늘은 바다로 내려앉을 때

텅 빈 가슴으로 해변을 거니는 

나의 포만지수를 머리끝까지 끌어 올린다.

저녁노을 물결에 쏟아지고

만선의 고깃배들 포구로 돌아 올 때

익은 유자 향 보다 더 진한 향기가

해안의 작은 마을을 가득 채운다.

20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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