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그곳

신사/박인걸 2020. 10. 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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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아주 오랜 만에 찾아간 그곳

앞 뒤 산은 여전히 두렵게 일어섰고

강은 움직이는 뱀 같이 구불거렸다.

비탈에 늙은 소나무 우람하고

나를 매일 반기던 느릅나무는 구부정하다.

성긴 눈발이 흩날릴 때면

언 발가락 꼼지락 거리며 걷던 고갯길은

썩은 낙엽이 내 발자국 모두 지웠고

포장된 아스팔트위로 달리는 차들은

유년 적 내 추억을 사정없이 밟아버렸다.

봄이면 꽃비 쏟아지던 갓 바위 터

소낙비 쫄딱 맞으며 달리던 여름 벌판

내 가슴까지 물들이던 가을 단풍에 취해

꿈길처럼 비틀거리며 걸었던 오솔길

첫눈 펑펑 쏟아지는 날에

분이 손 꼭 잡고 함께 건너던 징검다리

카카오 스토리마냥 저장되었는데

세월이 파헤치고 지나간 그곳은 별유곤건이고

사라져버린 그 때 그 사람들 이름만

내 입에서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린다.

흐르는 세월은 나를 헌 남자로 만들었는데

시간은 세상을 재창조하니 신비롭다.

사라진 낡은 것들이 아쉽지만

그곳은 새 하늘 새 땅이 되어 흐뭇하다.

20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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