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그곳
아주 오랜 만에 찾아간 그곳
앞 뒤 산은 여전히 두렵게 일어섰고
강은 움직이는 뱀 같이 구불거렸다.
비탈에 늙은 소나무 우람하고
나를 매일 반기던 느릅나무는 구부정하다.
성긴 눈발이 흩날릴 때면
언 발가락 꼼지락 거리며 걷던 고갯길은
썩은 낙엽이 내 발자국 모두 지웠고
포장된 아스팔트위로 달리는 차들은
유년 적 내 추억을 사정없이 밟아버렸다.
봄이면 꽃비 쏟아지던 갓 바위 터
소낙비 쫄딱 맞으며 달리던 여름 벌판
내 가슴까지 물들이던 가을 단풍에 취해
꿈길처럼 비틀거리며 걸었던 오솔길
첫눈 펑펑 쏟아지는 날에
분이 손 꼭 잡고 함께 건너던 징검다리
카카오 스토리마냥 저장되었는데
세월이 파헤치고 지나간 그곳은 별유곤건이고
사라져버린 그 때 그 사람들 이름만
내 입에서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린다.
흐르는 세월은 나를 헌 남자로 만들었는데
시간은 세상을 재창조하니 신비롭다.
사라진 낡은 것들이 아쉽지만
그곳은 새 하늘 새 땅이 되어 흐뭇하다.
2020.10.3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