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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삭 태풍
검은 구름이 명랑해전 여울목처럼 돌다
융단처럼 펄럭이며 날아간다.
저수지가 터진 듯 물 폭탄이 쏟아지고
아스팔트가 순간 황강이 된다.
마을 옆 상수리나무 숲은
서귀포 앞바다처럼 출렁이고
전깃줄에 부딪친 바람은 귀신처럼 운다.
어둔 밤을 밝히는 번갯불은
어느 아파트 옥상에 처박히고
화난 천둥은 밤하늘을 사정없이 흔든다.
내 어릴 적 사라에 혼이 났고
매미, 루사, 볼라벤은 내 영혼에 상처를 냈다.
마이삭에 쫄았는데 다행히 도망쳤다.
이런 날은 어디서 사람이 죽고
지나가던 차가 넘어진 나무에 깔린다.
재수 없는 사람은 차에 갇힌 채 떠내려가고
떨어지는 간판에 맞아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잃기도 한다.
미친바람이 며칠간 난동을 부려대면
선량한 사람들은 혼비백산이다.
멀쩡하던 세상도 미친 사람 말한 마디에
온통 쑥대밭이 되기도 한다.
바람이나 사람이나 미치면 무섭다.
202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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