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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 오는 저녁
구름은 어둔 장막을 치고
산은 거대한 벽처럼 일어섰다.
가로등 불빛 희미한 도시에
여름비는 추적이며 내린다.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면
옛 추억들이 전등처럼 켜지고
잊혀 지지 않는 사람의 눈동자가
기억 속에서 곱게 껌뻑인다.
그 해 어느 여름날
오늘처럼 비가 가슴을 적실 때
우리는 어느 찻집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엮었다.
시간은 커피 잔에 갇히고
빗물은 우리의 가슴으로 흘렀다.
멈추지 않는 빗소리는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였다.
나는 그 때 그 찻집으로 달려가
따끈한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
그때처럼 빗소리를 들으며
오지 않을 그 사람을 기다리고 싶다.
202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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