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여행추억

신사/박인걸 2020. 9. 5. 06:33
반응형

여행추억

 

코로나 19는 하늘 길을 막았다.

추억을 사러가는 통로를 바이러스가 끊었다.

아내의 손을 잡고 공항 게이트로 들어 설 때마다

신천신지로 가는 설렘이었다.

구름 위를 날 때면 신선(神仙)이 부럽잖고

지구를 내려다 볼 때면 셋째 하늘에 앉은 기분이다.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자작나무 숲과

가도 가도 지치지 않는 귀리 밭 풍경아

비단을 풀어 놓은 듯한 피오르의 광경과

절벽에서 쏟아지는 만년설의 폭포들은

죽어서도 잊지 못할 영혼에 절어든 추억이다.

데살로니가 하늘에 저녁노을이 깃들고

내가 탄 버스는 베뢰아 들판을 달릴 때

한 옥타브로 연주되는 그리스 전통 민요는

황홀한 감정에 여행의 고단함을 씻었다.

마테오라 기암절벽에서 함성을 질렀고

파르테논 신전에서 여신 아테나는 못 만났지만

아레오바고 철인(哲人)들의 설법을

정교한 코이네 헬라어로 읽었다.

교황이 산다는 바디칸 시국에서

산피에트로 대성당의 성 베드로의 좌상과

오벨리스크의 드넓은 광장에서

동양에서 온 아내와 나는 넋이 나갔다.

쏘렌또, 폼페이, 잊지 못할 나폴리,

생트 페테르부르크의 거리와

기억도 가물거리는 웅장한 뮤지움에서

잊지 못할 명화에 넋을 잃었던

그날의 추억은 영원한 재산이다.

행복한 미소에 두 손을 꽉 잡고 놓지 않던

아내와 엮어온 고운 여행 추억을

몇 번 더 그림처럼 남겨두고 싶지만

정체불명의 코로나 사탄이 길을 가로막아 슬프다.

2020.9.5

반응형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이 간다.  (0) 2020.09.07
9월 어느 날  (0) 2020.09.06
추악한 세상  (0) 2020.09.04
마이삭 태풍  (0) 2020.09.03
산(山)에서  (0) 2020.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