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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추억
코로나 19는 하늘 길을 막았다.
추억을 사러가는 통로를 바이러스가 끊었다.
아내의 손을 잡고 공항 게이트로 들어 설 때마다
신천신지로 가는 설렘이었다.
구름 위를 날 때면 신선(神仙)이 부럽잖고
지구를 내려다 볼 때면 셋째 하늘에 앉은 기분이다.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자작나무 숲과
가도 가도 지치지 않는 귀리 밭 풍경아
비단을 풀어 놓은 듯한 피오르의 광경과
절벽에서 쏟아지는 만년설의 폭포들은
죽어서도 잊지 못할 영혼에 절어든 추억이다.
데살로니가 하늘에 저녁노을이 깃들고
내가 탄 버스는 베뢰아 들판을 달릴 때
한 옥타브로 연주되는 그리스 전통 민요는
황홀한 감정에 여행의 고단함을 씻었다.
마테오라 기암절벽에서 함성을 질렀고
파르테논 신전에서 여신 아테나는 못 만났지만
아레오바고 철인(哲人)들의 설법을
정교한 코이네 헬라어로 읽었다.
교황이 산다는 바디칸 시국에서
산피에트로 대성당의 성 베드로의 좌상과
오벨리스크의 드넓은 광장에서
동양에서 온 아내와 나는 넋이 나갔다.
쏘렌또, 폼페이, 잊지 못할 나폴리,
생트 페테르부르크의 거리와
기억도 가물거리는 웅장한 뮤지움에서
잊지 못할 명화에 넋을 잃었던
그날의 추억은 영원한 재산이다.
행복한 미소에 두 손을 꽉 잡고 놓지 않던
아내와 엮어온 고운 여행 추억을
몇 번 더 그림처럼 남겨두고 싶지만
정체불명의 코로나 사탄이 길을 가로막아 슬프다.
202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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