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반추(反芻)

신사/박인걸 2020. 7. 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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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추(反芻)

 

잠이 오지 않는 날에는

삶을 반추 하는 버릇이 있다.

나의 중세(中世)에는 거친 사막을 걸었고

불 뱀을 만나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내가 감당하기 버거운 강적(强敵) 앞에서

맨손으로 덤벼들어야 했고

나는 그 날 이후 기적이 있다는 걸 믿는다.

도망치다 지친 몸으로 어느 깊은 동굴(洞窟)에

오로지 홀로앉아 며칠을 울었다.

얼어붙은 나뭇가지에 반달이 걸려 떨고

고독에 지친 별들도 허공을 뛰어 내릴 때

절망한 영혼은 생환(生還)을 간절히 구했고

기묘자의 손이 내 손을 잡아끌었다.

나는 한 마리 새가 되어

축지법 없이 큰 산과 더 큰 산을 넘었고

오아시스 없는 사막에서 꽃을 꺾었다.

나의 중세는 처절한 암흑기였지만

환희(歡喜)의 체험 이후 광명기로 바뀌었다.

우주론적 논증과 목적론적 논증

도덕론적 논증과 심미론적 논증에도 자신 있다.

반 유신론에 대한 나의 거부는 확고하다.

영혼 신념의 원천은 조물주로부터이다.

그날 이후 나는 변증가가 되었다.

암흑기를 거친 자라야 새 세상을 본다.

202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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