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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숲에서
상수리나무 어우러진 숲에는
뻐꾸기 뚜엣이 긴 여운을 남기고
산나리 꽃 외로이 핀 산등성에는
뭉게구름 한가롭게 떠 있다.
짙은 색깔의 잎 새들 사이로
여름 햇살이 간신히 비껴들고
지향 없이 달려온 골바람도
여름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
이파리 빈틈없이 채워진 숲에는
포만감과 자긍심이 충만하고
싱그러운 생풀들의 짙은 향기가
향수 원액(原額)보다 농농하다.
젊은 시절의 활화산 같던 내 꿈은
물푸레나무 진액보다 더 끈적였고
뜨겁게 달구던 청춘의 사랑은
쪽 동백나무 잎보다 더 푸르렀다.
숲은 사춘기처럼 풋풋한데
노인은 병든 잎처럼 시들어가니
불끈불끈 일어서는 나뭇가지 아래서
고독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202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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