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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後悔)
그날 나는 본심(本心)을 잃었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쌓였던 감정이 폭발했다.
여러 번 인내할 것을 다짐했는데
꼭지 부러진 수돗물이었다.
입에 술을 대본 적 없는 나였지만
그날은 독한 술에 취한 듯 퍼부었다.
나의 그런 모습에 더러는 실망의 눈빛으로
혹은 동정의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떤 부류의 싸늘한 눈총과 의도적인 거부가
내 마음에 낡은 서적처럼 포개졌었다.
낭떠러지로 나를 밀어낼 때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순간이었다.
어쩌면 그날 내 얼굴에 선 핏대는
추락하지 않으려는 절규였을 것이다.
내가 정을 주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차라리 그가 내 원수(怨讐)였더라면
나는 분노를 꾹꾹 눌렀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나는 깊게 후회(後悔)했다.
그것까지 참는 것이 옳았는데
젊을 때 덜 여물었던 내 모습에 흠칫 놀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섰지만 며칠간 괴롭다.
설령 내 외침이 옳았다하더라도
내 고함이 그들의 정곡을 찔렀다 해도
나의 품격은 성곽처럼 무너져 내렸고
낱알 추수한 볏단처럼 흩어졌다.
구구한 까닭을 말하며 구실을 댄다 해도
그날의 행동이 나를 괴롭힌다.
202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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