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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적
총성이 들리지 않았다.
조명탄이 두려운 밤을 밝힌 적이 없다.
철모를 쓴 군인들의 작전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그곳이 뚫렸다며 아나운서가 말을 더듬었다.
사람마다 가면으로 낯빛이 하얘졌다.
숨이 가빠져 호흡이 턱까지 차올랐다.
지루한 전쟁은 4개월째 진행 중이다.
워낙 게릴라전에 능한 적병들은 끈질기다.
날아드는 최신식 무형 탄환은
달라붙어서 파고들어가 생명을 끊는다.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몰라
눈이 두 개밖에 없는 인간들은 불안하다.
옆 집 사람 둘이 총에 맞았는데
비닐포장을 한 사람들이 음압으로 데려갔다.
지친 사람들이 배짱이 생겼다.
밀폐지에서 춤을 추다 160명이 총에 맞았다.
사람들마다 머리카락이 하늘로 솟았다.
오래 산 사람의 지혜도 통하지 않고
전문의사도 꽁지를 뽑아버렸다.
내 아버지보다 더 강적이다.
나는 할 수 없이 철조망 근처로 간다.
전투복을 두텁게 입고 거총자세로 나를 지킨다.
꽃 향이 비말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5월 하늘엔 한 점 구름도 없다.
20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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