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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추억
비가 내리는 날에는
기분이 약간씩 날개 짓을 한다.
빗소리가 좋아 창문을 열고
빗금 치며 내리는 비를 보노라면
파랗게 녹슨 추억이
비를 맞으며 나무 위를 걸어온다.
어느 언덕 외진 카페에서
진한 원두커피를 우리는 함께 마셨었지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그 가수의 낭만을 위하여가
우리 두 사람의 가슴을
알 수 없는 끈으로 묶어주었다.
비는 마로니에 나뭇잎을 타고 내려
고인 웅덩이에 그리운 얼굴을 그려놓고
물길 따라 긴 꼬리를 남길 때
잃어버렸던 그의 목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내린다.
흐린 허공에 그리운 사람 얼굴이
설핏설핏 눈앞을 지나간다.
20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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