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비에 대한 소묘

신사/박인걸 2020. 5. 1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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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대한 소묘

 

                  시인/박인걸

 

 

구름이 흘리고 간 눈물이

표적 없이 지상으로 곤두박질한다.

아버지가 뿌린 씨앗처럼

떨어진 자리가 운명을 결정짓는다.

아스팔트에 떨어진 빗방울은 산산이 부서진다.

나뭇잎 위로 떨어진 비는 잎이 되겠지,

쏜살같이 달리는 차에 부딪쳐 자살할 때

쏟아진 피는 흙탕물이 된다.

운 좋은 빗방울은 강물위로 쏟아져

그토록 그리워하던 어미 품을 찾아간다.

숲으로 내린 빗방울은 나무뿌리에 걸려

바다로 갈 꿈을 접고 산에서 산다.

꽃밭에 내려앉은 빗물은

며칠 후에 고운 꽃으로 변신하리라.

하늘과 땅 사이를 맴도는 나는

빗물처럼 떠돌며 여기까지 흘러왔다.

지금은 이 땅에 갇혀 몸부림치지만

구름의 눈물로 다시 태어나는 날

우주의 영원한 자유인이 되리라.

20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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