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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숲
겨울옷을 벗는 숲에는
햇볕에 순해 진 봄바람이
가지 끝에 붙어 잠자는 꽃눈을
사랑스레 어루만지고
산새들 노래 간혹 들리는
낮은 언덕 양지쪽에는
샘처럼 솟아오르는 안온함이
얼었던 내 마음을 녹여준다.
눈 속에 발목을 잠근 채
모진 추위를 의지로 이겨내고
잎을 틔우려는 응달 나무들의
늠름함이 대견하게 다가온다.
맨 먼저 고운 꽃을 피우는
작년에 본 진달래 가지엔
작은 꽃망울들이 앙증맞게 맺혀
삼월이 오기를 기다린다.
숲은 소리 없이 분주하게
봄의 합창(合唱)을 준비한다.
무심코 산길을 걷던 나는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한다.
20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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