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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온다.
시인/박인걸
태양은 겨울의 꺼풀을 하나 씩 벗기고
봄의 속살을 조금씩 열어 보인다.
그동안 깊게 잠가 두었던 얼음장도
햇살 앞에서 빗장을 열고 있다.
나는 혹독한 역경(逆境)에 둘러싸여
발을 구를 뿐 퇴로는 없었고
퍼붓는 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따스한 영토를 기대할 뿐이었다.
꿈이 깨지는 굉음(轟音)은
얼음장 갈라지는 소리보다 두려웠고
희망을 옥조이는 수은주(水銀柱)는
쇠사슬처럼 잔인(殘忍)했다.
지독한 동토(凍土)를 탈주하여
양지쪽 모퉁이를 기어갈 때
잔인한 파수병의 억센 손은
나의 멱살을 여러 번 낚아챘다.
자유로 가는 길은 이토록 험하고
억압을 벗어나는 길은 아득하던지
그물망처럼 뒤덮은 속박을
벗겨줄 누군가만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회생(回生)이 보인다.
한줄기 불빛이 저 멀리 끔뻑인다.
그렇게까지 고대하던 새 봄이
매화꽃 향기안고 온다한다.
20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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