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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빛
짙푸른 물감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은 하늘아래
샛노란 블라우스를 걸쳐 놓은 듯
은행나무 가지가 바람에 출렁인다.
이토록 짙게 염색(染色)된 가을에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던 충동은 닫히고
어느 법정에 선 듯 마음이 숙연하다.
젊음보다 더 싱싱하던 계절(季節)이
북동풍 몇 번에 기가 죽어
판사(判事) 앞에 절절매는 죄수같이
고개를 아래로 숙인다.
장사(壯士)인들 세월을 막으랴
섬뜩하게 다가서는 시간(時間)이여!
이마에 주름이 깊어질 즈음이면
가을빛은 반갑지 않고 두렵다.
201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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