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가을 빛

신사/박인걸 2019. 11. 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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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빛

 

짙푸른 물감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은 하늘아래

샛노란 블라우스를 걸쳐 놓은 듯

은행나무 가지가 바람에 출렁인다.

 

이토록 짙게 염색(染色)된 가을에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던 충동은 닫히고

어느 법정에 선 듯 마음이 숙연하다.

 

젊음보다 더 싱싱하던 계절(季節)

북동풍 몇 번에 기가 죽어

판사(判事) 앞에 절절매는 죄수같이

고개를 아래로 숙인다.

 

장사(壯士)인들 세월을 막으랴

섬뜩하게 다가서는 시간(時間)이여!

이마에 주름이 깊어질 즈음이면

가을빛은 반갑지 않고 두렵다.

201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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