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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11월의 첫날 새벽 나는
안개 자욱한 거리에 서있다.
건물(建物)을 지우고 길을 지우고
아름다운 단풍도 지웠다.
거칠던 도시는 차분하고
고독하던 질주도 완보(緩步)한다.
굉음(轟音)은 자취를 감추었고
가로등도 촉수를 낮추었다.
분요(紛擾)한 세상에
잠시나마 안식을 주려고
안개는 드넓은 홑이불을 씌워
모성(母性)의 품에 누인다.
치열(熾烈)한 경쟁시대에
상처투성이의 가슴을
종군간호사처럼 보듬는 손길에
적잖은 위안을 받는다.
2019.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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