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늦가을

신사/박인걸 2019. 11. 2.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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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도가니에서 끓는 순금처럼

11월의 은행잎은 샛노랗게 익고

칼에 베인 듯 단풍나무마다

붉게 익어 마냥 곱다.

 

말씬말씬한 홍시(紅柹)

익다 못해 흐무러지고

가지 끝에 달린 사과는

소녀의 볼처럼 익어 예쁘다.

 

가마솥에서 쪄낸 옥수수 같이

세상은 온통 무르익어

정신을 아찔하게 하는 향기가

마을마다 진하게 풍긴다.

 

아직 덜 익은 건 나뿐이라서

낯이 화끈 달아오른다.

한 뼘 남은 이 늦가을에

나의 품격(品格)도 익어가야지.

2019.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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