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오늘

신사/박인걸 2019. 10. 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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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인/박인걸

 

절후(節候)도 잊고

신속히 흐르는 광음(光陰)도 잊고

차가운 바람에 흩어지는

찢긴 은행(銀杏)잎 같고 싶다.

 

분노의 그림자에 눌려

공상(空想)이 따르는 깊은 슬픔이

명치끝을 송곳질 하며

거친 광야(廣野)에 나를 내팽개친다.

 

출렁이던 푸른 잎 새들이

싯누렇게 검불 되어 즐비한

작은 알맹이들의 꿈마저 도난당한

황량(荒涼)함에 마냥 괴롭다.

 

진실은 은행 알처럼 뒹굴고

공정과 도리는 와디(wadi)처럼 말랐다.

왜곡(歪曲)이 가면을 쓰고

어느 여배우처럼 웃는다.

 

까마귀들만이 짓밟고

붉은 찌라시들이 휘날리는

정의(正義)가 시체로 변한 오늘

나는 멍하니 정신을 잃는다.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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