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성찰(省察)

신사/박인걸 2019. 9. 2. 08:32

성찰(省察)

 

마을 뒷산에 오르니

가을 색깔이 만연하다.

서슬 퍼렇던 여름 기세(氣勢)

슬며시 뒷걸음질 친다.

싸리나무 꽃은 졌고

도토리마다 알이 찼다.

밤송이는 탐스럽고

황색(黃色) 바람이 출렁인다.

정직하게 살아온 이력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웃는다.

조작할 수 없는 진실함이

수만(數萬)의 이파리에 나부낀다.

무명(武名)의 잡초들도

귀엽고 또렷한 열매들을

자신 있게 펼쳐 보이며

내심(內心) 뿌듯해 한다.

위장과 꾸며냄 같은

추잡(醜雜)함 하나 없는

단아하고 순수한 자연에서

나 자신을 크게 성찰(省察)한다.

20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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