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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
빛이 오지 못한다.
바람도 산등성으로 비켜간다.
언제나 음습하여 두렵고
하늘 문이 어두움으로 닫혀있다
뾰족한 창날을 곤두세운
섬뜩한 족속(族屬)이 몸을 숨기고
매의 눈초리로 노려보는
어떤 자아(自我)가 숨어있다.
아무나 가리지 않는다.
표적이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표호(豹虎)하는 사자처럼
사나운 발톱으로 낚아챈다.
맑은 물소리에 귀를 막고
고운 경치(景致)에 눈을 닫았다.
아늑함과 고요함이 거부하고
언제나 거칠고 사납다.
거미줄에 걸린 곤충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드는 거미처럼
협곡에 깊이 숨은 화적(火賊)떼에
내 그림자가 얼씬거린다.
2019.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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