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느릅나무 한 그루

신사/박인걸 2019. 7. 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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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릅나무 한 그루

 

자주 지나다니던 그 길에는

우람한 느릅나무 한 그루 서 있고

넓적한 바위하나 누워 있어

편안한 맘으로 쉬어가곤 했다네.

 

흠모할만한 아름다움이나

자랑 할 만 한 거목(巨木) 아니어도

나를 지켜보는 모습 항상 늠름해

나에게 너는 언제나 친구 이상이었다네.

 

춘월(春月)이면 연두 빛 잎과

하절이면 진초록 색깔에

추절(秋節)이면 황홀하지 않은 단풍이지만

그 은은함에 나는 반했다네.

 

울면서 냇물을 건너던 날에는

긴 그림자로 나를 보듬었고

화난 모습으로 그 앞을 지날 때면

자신을 끌어안고 맘껏 때려보라 했다네.

 

별마저 구름 속에서 잠들었던

캄캄한 밤길에서 헤매던 날

선명하게 내 앞에 버티고 서 있는

너를 보았을 때 내 마음은 녹아버렸다네.

 

지금은 먼 타향(他鄕) 땅에서

까마득히 너와의 추억(追憶)을 잊었지만

불현 듯 떠오르는 느릅나무 기억에

단숨에 널 보러 달려가고만 싶다네.

2019.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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