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추석 사례(射禮)

신사/박인걸 2017. 9. 30. 14:45

추석 사례(射禮)

 

여문 이삭들이

겸손히 고개 숙인 들녘에서

흰 녹말로 알맹이들을 채우던

이파리들의 치열함을 떠올립니다.

 

한 알로 땅에 묻히던 날부터

몇 알의 열매를 맺을지

입력된 자기 정보를 찾아내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분란했습니다.

 

과학보다 더 정확한

자연세계의 이치를 따라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니

그냥 경이로울 뿐이옵니다.

 

삼권분립제도가 없어도

정연한 질서가 유지되고

도태와 생성의 반복이

주님 손에 의하여 다스려집니다.

 

한재로 호수 바닥이 깨지고

홍수로 산허리가 끊어지던 날과

번개 섬광이 하늘을 건너던 밤에

애쓰시는 주님을 보았습니다.

 

금년 추석 즈음에

한 폭의 그림보다 더 고운 들녘에서

모자람이 없는 넉넉함 때문에

두 손 모아 사례하나이다.

2017.9.30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별  (0) 2017.10.07
가을 잎  (0) 2017.10.07
고향 가을  (0) 2017.09.29
시름  (0) 2017.09.27
연어  (0) 2017.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