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감정 입추 감정 대서와 처서사이에서 태양은 황경 백오십도를 향하고 가을이 문 앞에 왔다고 귀뚜라미를 앞세워 알린다. 아직 햇살은 따가우나 오후 그늘은 차갑고 짝을 못 찾은 늦매미는 시간에 쫓겨 서글프다. 한 해살이 나팔꽃도 아침마다 나팔을 불었으나 오므린 꽃송이마다 우수가 깃들.. 나의 창작시 2017.08.10
도시를 떠나라 도시를 떠나라. 그대는 왜 도시에 살려는가. 무슨 꿈을 쫒아 여기까지 왔는가. 익명의 자유가 보장되나 인간소외의 도가니이다. 가진 자는 올라가고 없는 자는 추락한다. 부러워 서글픈 이들과 따돌림에 움츠려드는 이들이 술 한 잔에 눈물을 섞으며 욕지거리를 쏟아내는 어두운 거리.. 나의 창작시 2017.08.07
이별 이별 어느 날 뜻밖에 갈라서야할 순간이 온다면 난감하지 않은 표정으로 차분하게 받아드릴 수 있을까 매우 소중했던 시간들 깊이 잠들게 했던 숫한 밤들 등을 편안히 받쳐주던 침대 어머니 자궁 같던 안방 소통의 통로였던 휴대폰아 발이 되어주던 승용차야 글자를 양산하던 자판기도 .. 나의 창작시 2017.08.05
해바라기 해바라기 삶의 무게가 버거워 고개를 떨어뜨리고 땡볕에 고단해 안면(顔面)은 검게 탔다. 훌쩍 커버린 만큼 꺾일까 두렵고 뼈 마디가 굵어질수록 산다는 것이 겁난다. 해를 닮고 싶은 꿈은 한 점 이상일 뿐 현실의 장벽 앞에 맥 빠진 서글픔 해를 동경(憧憬)말고 화사한 꽃밭에 끼어 눈높.. 나의 창작시 2017.08.04
귀뚜라미 울음 귀뚜라미 울음 늦여름 비 추적이고 발걸음 뜸한 밤 가로등 희미한데 귀뚜라미 소리 구슲다. 삶에 지친 넋두릴까 잃어버린 후회일까 갈급한 목마름일까 애절한 사연일까 오지 않는 누굴 찾아 몇 날을 그 자리서 목 놓아 우는 소리 가슴 언저리 아릿하다 울어도 채워지지 않는 모자람이.. 나의 창작시 2017.08.04
지나간 여름 이야기 지나간 여름 이야기 구부정한 떡 느릅나무 한 그루 동네 어귀에 세워두고 인사도 없이 훌쩍 떠나 온지 어언 반백년 뒤돌아보니 곰삭은 옛 추억이 영화처럼 스친다. 폭죽처럼 내리던 진달래 살구꽃 자주 감자 꽃 파도처럼 일렁이고 보랏빛 콩 꽃이 웃을 때면 산 까치들은 식구가 늘어만 간.. 나의 창작시 2017.08.02
옥수수 밭 옥수수 밭 옥수수 일렬로 늘어서서 서걱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면 아직도 눈을 감지 못하고 떠도는 어느 소년의 혼잣말이 들린다. 옥수수가 여물던 그해 여름 아직 덜 여문 젊음들이 어느 산비탈에 참호를 파고 일렬로 엎드려 싸웠다. 피아가 식별되지 않는 칠흑 같은 그 날 밤에도 조명탄.. 나의 창작시 2017.08.02
멧 비둘기 멧비둘기 마구 엉킨 사연을 보따리에 이고 맨발로 가시밭길 걸으신 님아 여름비 부슬부슬 내리던 날에 낡은 베적삼은 눈물에 젖어 긴긴 밭이랑 차고앉아서 구슬픈 민요 자락 읊조릴 때면 걸어 온 발자국이 하도 험하여 김매는 아낙네도 눈물이 난다. 끔뻑이는 등잔불 겨울 늦은 밤 거친 .. 나의 창작시 2017.07.28
숲 숲 이곳에는 처음부터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고초와 도태되지 않으려는 신경전이 칼날만큼 날카롭다 속세에 존재 않는 평온함이 고압전류같이 흐르는듯하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총성 없는 교전이 치열하다. 손발 잘린 전상병들이 도처에 너부러졌어도 물 한모금의 긍휼도 없어 애타게.. 나의 창작시 2017.07.26
나 돌아가리라 나 돌아가리라. 내 마음은 고향에 있네. 가을이면 단풍이 곱게 불타던 앞산과 겨울이면 지치도록 눈썰매 타던 비탈 밭이 있는 눈 감아도 보이는 그 동네에 있네. 맑게 흐르는 냇가에 지천으로 핀 야생화가 산들 바람에 향기를 토해내어 한 소년의 영혼을 짙게 꽃물들이던 그 마을에 나는 .. 나의 창작시 2017.07.24